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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울고 있는 사진을 보란듯이 SNS에 게시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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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스마일 2021. 2. 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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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여자, 문찌(문명찌질이)

 

'1이 언제 없어지는지가 뭐가 중요해?

바쁘면 답장없는거고 한가하면 답장하는거지..'


조선여자, 문찌(문명찌질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다.

새로 나오는 아이돌과 신문물에 유독 무관심하고 서툴던 나에게 친구들이 부르던 별명. 카톡 보다는 전화가 좋고, 전화보다는 만남이 좋았던 나. 카톡의 1이 언제 없어지는지로 썸과 사귐 사이를 구분 짓고 그런 기준들이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반화되어가는 것들이 너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피곤하고 답답하게 느껴져 차라리 삐삐가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나였다.

 

카톡 메세지의 '1'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던 시절이 그리워 2G 폰으로 바꾸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었으며(결국 다양한 이유로 포기했다) 손으로 쓰는 편지가 지금도 훨씬 좋고 애틋하다. 순간의 기록을 SNS에 게시하기 보다는 필체 하나하나에 그날의 기분이 표현되기도 그날의 설렘과 슬픔이 표현되기도 하기에 손 글씨로 꼬박꼬박 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인 나는 어느새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옛날사람'으로 분류되어있었다.


SNS로 들여다본 사람들의 감정

 

#1. 채워지는 게시글 수만큼 나도 나로 채워지고 있는가

 

나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염두해놓고 글과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

어떤 사진을 올려야 이뻐보일까,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글을 올려야 좋아요를 많이 얻을까? 등 사람들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먼저 고민하게 된다. 웃고 있는 친구들의 사진과 비교해 그렇지 못한 나의 현실로 좌절할 때도 많고, 이런 비교의식에서 비롯된 감정소모로 나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소중한 시간을 기록하고 좋은 소식과 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는 수단으로써의 SNS는 정말 건강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내가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남들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기 참 쉬운 공간만큼 좋은 곳이 바로 SNS다. 수많은 새로운 소식들 속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 그리고 그런 외로움 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들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을 채워나가지 않으면 나는 쉽게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나를 표현하는 SNS는 빼곡하게 채워가지만 한편으로 남의 시선을 떠나 진짜 나는 건강하게 채워지고 있는가? 라고 반드시 스스로 질문해보아야 한다.

 

#2. 팔로우의 여부는 우정을 대변하지 않는다.

 

댓글 하나에 일희일비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나에게 SNS는 소통보다는 정말 남겨놓아야 하는 기록과 소식의 전달통로의 용도로만 쓸 수 있도록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고 가장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것은 Instagram인데 어학연수 중 만났던 외국친구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어서 남겨놓은 계정으로 한국인 팔로워는 단 한명도 두지 않았다. 덕분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이기적이고 섭섭하다는 소릴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왜 너는 내꺼 팔로우 안하냐고. 그때마다 마음이 많이 약해지고 흔들렸지만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을 때의 그 목적 그대로 내 계정의 정체성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했고 아직까지 후회없이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언제부터 팔로우와 맞팔로우의 유무가 사람들의 우정을 나타내는 도구가 되었는가.

정말 궁금한 소식과 소중한 인연이라면 SNS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저렇게 연결이 닿아 서로를 확인해보기 마련이다. 즉, 기술발전으로 넓어진 인간관계가 곧 현실속 인간관계의 깊이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기술의 발달은 의사소통의 범위를 넓혀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냈지만 더불어 깊이있는 소통도 함께 성장했는지는 객관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3. 삶을 풍성하게 채워가는 것은 오로지 사람 몫이다.

 

시간이 지나보니 진짜 내 옆에 있을 친구들과 그렇지 아닌 친구들이 보인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 행복하다는 것을 인증해야만 모임의 의미가 뚜렷해지는 자리를 더불어 사진 한번 찍지 않았지만 함께한 시간 자체가 풍성하고 따뜻한 채움으로 가득했던 만남도 있는 법이다. 물론 모임 인증샷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남들에게 보여주기식의 모임 중 건강한 채움을 받았다고 느낀 경우는 드물었으며 이후에도 진심이 담긴 연락이 꾸준하게 이어지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후자는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매번 할 이야기가 넘쳐났다. 가벼운 농담부터 무겁고 진지한 삶의 이야기까지, 그리고 침묵마저 자연스럽다. 그 조용한 시간을 깨고 대화를 이어가야한다는 강박조차 없는 편안한 만남이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를 덧붙이면 깊은 대화 속에는 대부분 핸드폰은 빠져있었다.

 

외로움도 마찬가지다.

삶 속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빈 시간을 스마트폰과 각종 소식들로 채워야만 어색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빈 시간 속에서 진짜 나로 채워지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 남들의 관심이 담긴 좋아요와 댓글 수에 나의 가치가 주가처럼 오르내리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군중 속에서 고독함과 소외감,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사람들. 외로움을 기술로 달래보지만 정작 기술이 우리에게 외로움을 다시 전달해줄때가 많다.

 

 

#4. 혼자 ≠ 심심함

 

집순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십중팔구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집에서 뭐해요? 혼자 그렇게 있으면 안심심해요?’

딱히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하지는 않지만 심심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혼자 = 심심함’의 수식이 성립되지도 않을뿐더러 혼자 있는 시간의 필요함과 소중함을 너무 잘 알아서 그런지 혼자라는 것이 크게 두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가 더 익숙한 사람들에게 나는 요즘말로 ‘노잼’그 자체의 삶의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 역시 그렇게 매일 약속이 있으면 안 힘든가? 라는 역질문을 수도 없이 했지만 그들의 입장은 그래도 너보다 ‘재미’는 있게 산다는 대답이었다.

 

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왔는가?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때도 많고, 생각에 생각을 타고 딴 생각으로 넘어가는 것도 재미있고 그러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에 웃기도 하고, 책을 읽고 나를 채우는 시간으로 충분히 풍요로운 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굳이 그 생활을 실시간으로, 또는 하나하나 열거하며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존재했으며 그들의 존재를 진작 알 수 없었던 것은 같은 이유다. 굳이 밖에다 ‘나 이렇게 지내요’라고 말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 자체를 아름답게 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채움이 그들에게는 '재미'가 아닐까.

 


자아도취

 

'진짜 나의 프로필은 잘 가꿔져 있는가?'

외모든 하는 일이든, 자기자신에 빠져있는 것을 자아도취라고 하기도 하지만 큰 범주의 의미로는 자신에게 몰두하는 행위를 자아도취라고 표현한다. 취하기는 쉬운 세상이지만 반면 자신에게 몰입하기는 너무나 어려워진 이 시대. 

취함과 몰입은 완전하게 다르다.

 

엄청난 기술의 발달로 나타난 셀카어플 덕분에 내가 아닌 나의 모습으로 찍힌 사진을 많이 가질 수 있게되었다.

다른사람이 찍어준 사진 속 나의 모습이 내가 아닌것같이 어색할 때가 더 많다. 이처럼 꾸며진 나의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라고 착각하는 것을 넘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동시에 남들의 시선 속에서 자유하지 못하게 되었다. 사진 뿐만아니라 게시글을 올릴 때까지 나보다는 남을 먼저 향하고 올리게 된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하다.

 

기술의 발달이 나를 점점 잃게 만들어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군중 속 외로움과 그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애쓰는 순간들이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을 느낀 후로 이쁘장한 프로필 사진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진짜 나를 나타내는 프로필은 그만큼 아름답게 가꿔져 있는가 되돌아본다.

 


 

기술의 발달은 위대하다.

생산성을 높여주고 더 나은 삶으로 계속해서 우리를 이끌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반드시 같이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기술에 감정이 휘말리지 않도록 사람다움을 채우고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단단한 기준을 세워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기술에 굴복하지 않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지켜나가야 한다.

 

어느 누가 감히 자신이 울고 있는 사진을 올리겠는가?

사진 속 웃고 있는 모습보다 마음 속 내 감정이 나를 향해 웃고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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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체인지그라운드 싱큐ON 6기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테크 심리학저자루크 페르난데스, 수전 J. 맷출판비잉(Being)발매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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